서울시립미술관,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 린 허쉬만 리슨의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린 허쉬만 리슨: 나의 [나]들》 개최

정충근 기자 / 기사승인 : 2026-10-20 12: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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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인터랙티브 작품 3점 한국어 버전 최초 공개, 서울아트시네마 장편영화 상영 등 다채로운 연계 프로그램 운영
▲ 린 허쉬만 리슨(Lynn Hershman Leeson)

[뉴스앤톡] 서울시립미술관은 미국의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인 린 허쉬만 리슨(Lynn Hershman Leeson, 1941)의 아시아 최초 미술관 개인전《린 허쉬만 리슨: 나의 (나)들》을 2026년 10월 21일부터 2027년 2월 21일까지 서소문본관 2, 3층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6년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 의제 ‘기술’에 응답해 기획된 것으로,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선구적으로 탐구해 온 작가의 아시아 최초 미술관 개인전이다. 회화, 사진, 조각, 미디어 설치, 영화, 아카이브 등 200여 점을 통해 1960년대 초기 작업부터 최근작까지 60여 년에 걸친 작가의 예술세계를 총망라한다.

《린 허쉬만 리슨: 나의 (나)들》은 60여 년에 걸친 작가의 활동 궤적과 기술 발전을 연결하여 인간의 정체성이 어떻게 확장되는지 보여주는 전시이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까지인가’라는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바탕으로 기술과 함께 달라져 온 ‘나’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린 허쉬만 리슨은 비디오, 레이저디스크, 인터넷, AI, 유전공학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를 과감히 수용해 예술적 매체로 실험해 왔다. 1970년대 가상의 인물 ‘로베르타 브라이트모어’로 수년간 실제 삶을 살고, 1980년대 관람객이 리모컨으로 이야기를 고르는 인터랙티브 작품 '로나'를 선보인 그는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독일 ZKM에서의 대규모 회고전 《시빅 레이더》(2014), 미국 뉴 뮤지엄의 개인전 《트위스티드》(2021)를 비롯해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꿈의 우유》(2022) 등에 참여한 바 있다.

전시 제목 ‘나의 (나)들 (First Person Plural)’은 작가의 비디오 일기 '전자일기' 3부의 제목이기도 하다. 한글 제목의 괄호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기호를 빌려 기술 환경 속에서 복제․재구성되는 자아를 표현한다. 즉, 정체성이 하나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관계와 기술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갱신되는 복수의 존재임을 보여준다.

여러 사회적 역할을 오가고 SNS 속 자아를 관리하며 나만의 AI와 대화하는 오늘날의 모습은, 작가가 60여 년 전부터 가상 인물과 기계, 데이터를 통해 실험해 온 복수의 자아와 맞닿아 있다.

서소문본관 2, 3층에 걸쳐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태어날 때 주어진 정체성이 사회적 관계와 기계와의 결합을 통해 확장되고, 미디어와 네트워크로 연결되며, 유전공학을 통한 생물학적 편집에 이르는 과정을 여섯 개 섹션으로 따라간다.

전시의 도입부인‘카멜레온의 고백’에서는 1960~70년대에 제작된 초기 작업을 통해 린 허쉬만 리슨의 작업 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큰 주제인 ‘정체성 실험’의 출발점을 살펴본다. 작가의 유년기 기억과 개인적 경험이 투영된 회화와 드로잉, 조각 등 40여 점이 이 섹션에서 소개된다.

‘페르소나 만들기’에서는 린 허쉬만 리슨이 개인의 정체성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수행되는지를 본격적으로 실험한 대표작 '로베르타 브라이트모어' 시리즈를 비롯해 '세 명의 가상 비평가', '히어로 샌드위치' 시리즈를 소개한다.

‘살과 기계’는 기술과 신체의 결합을 통해 인간의 몸과 정체성의 경계가 확장되는 양상을 살펴본다. 사진 콜라주 작업 '팬텀 림' 시리즈와 텔레로보틱 인형 작업 '틸리'와 '사이버로베르타', 디지털 이미지 편집을 통해 인간과 로봇이 결합한 여성의 이미지를 상상한 '사이보그' 시리즈가 주요작이다.

‘스크린, 응답하다’에서는 비디오와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통해 관람객의 참여에 반응하는 작품들을 살펴본다. 작가는 스크린을 일방적으로 이미지를 전달하는 매체를 넘어 관람객의 감각과 인식,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공간으로 확장하며, 기술이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 질문한다. ‘미디어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를 붙여준 대표적인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업인 '로나'와 '딥 컨택트'를 비롯해 작가가 스스로를 영상으로 기록한 일기인 '전자일기' 시리즈를 소개한다.

‘데이터가 사랑이 될 때’는 데이터와 네트워크, 인공지능 등 기술이 인간의 감정과 욕망, 관계 속으로 들어오는 방식을 살펴본다. 인공지능 에이전트와 가상 인물의 상호작용을 다룬 '에이전트 루비'와 영화 '테크노러스트' 등을 통해 작가는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인간과 교감하고 관계를 맺는 존재로 확장하며, 기술 시대에 사랑과 친밀함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본다.

‘편집된 미래’는 유전공학과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인간의 유전적 정보와 생명연장,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려는 시도를 살펴본다. '8번 방'과 생명과학자들의 인터뷰 영상 등을 통해 작가는 생명과학이 인간의 생물학적 정체성을 편집하는 단계에 이른 오늘날, 기술이 인간과 생명의 의미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질문한다.

이번 린 허쉬만 리슨의 아시아 최초 미술관 개인전에서는 영어에 기반한 작가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품을 처음 한국어로 제공한다.
기술 기반 미디어 작가팀 서울 익스프레스와 작가 스튜디오와 협업해 영어 기반의 인터랙티브 작품 '로나', '딥 컨택트', '에이전트 루비'에 한글 자막 및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관람객이 작품을 보다 친숙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 아티스트를 넘어 영화감독으로서 린 허쉬만 리슨도 함께 조명한다. 서울아트시네마와 협력 기획한 작가의 장편영화 스크리닝 프로그램 '새롭게 발견된 여성들'을 오는 2026년 11월부터 2027년 1월까지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작가의 장편 영화 세 편 '!여성 예술 혁명: 감춰진 역사', '에이다 러브레이스', '테크노러스트'를 총 12회 상영한다.

'!여성 예술 혁명: 감춰진 역사'는 여성 예술가들의 미술사적 성취를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에이다 러브레이스'는 과거의 인물을 현재로 불러내는 시간 여행 영화, '테크노러스트'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탐구하는 SF 영화이다.

작가는 '에이다 러브레이스'에서 영국 영화 배우 틸타 스윈튼과 처음으로 협업했으며, '테크노러스트'에서는 스윈튼이 1인 4역을 연기했다. 상영 기간 중 국내 영화 관계자, 비평가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도 열린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AI와 디지털 기술이 일상과 관계, 정체성의 의미를 바꾸고 있는 오늘날, 린 허쉬만 리슨의 작품은 ‘나는 누구이고,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을 새롭게 마주하게 한다”라며 “이번 전시가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성찰하고, 우리 각자의 다양한 자아와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작품 해설은 매일 오후 3시에 제공된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앱을 통해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전시 관람 일정 및 전시 연계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도슨팅 앱은 구글플레이스토어, 애플앱스토어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을 검색하여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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